논어

논어 학이편 9장, 조상을 향한 마음이 사회의 품격을 만든다

eunyeop 2025. 4. 18. 13:48

당신은 ‘죽음’ 앞에서 얼마나 진지해지시나요?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그 슬픔보다 더 깊은 감정이 남을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이 남긴 흔적,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죠.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으로서 품격을 지켜야 할 중심점이 아닐까요?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曾子曰 愼終追遠 民德歸厚矣

증자가 말하였습니다.

"장례를 정성껏 치르고 조상을 정성으로 추모하면,

백성의 덕은 자연히 두터워질 것이다"

 

감정은 사라져도 예는 남습니다

증자가 말한 "愼終"이란

사람의 죽음을 신중하고 정중하게 다루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죽음이라는 순간에 ‘예(禮)’를 다해 마무리하는 자세는

단지 의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살아 있는 이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울이지요.

또한 "追遠"은

멀어진 조상을 정성껏 추모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명절 때 차례를 지내거나,

가끔 조용히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리움을 느끼는 것도

이 '추원(追遠)’의 한 방식입니다.

이러한 태도가 누적될수록,

사람들의 마음에는 자연스럽게 두터운 도덕심이 깃든다고 공자는 말합니다.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이 왜 '산 자'를 바꿀까요?

요즘 세상은 '속도'가 미덕인 듯 보입니다.

생각보다 기억이란 너무나 빠르게 밀려납니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조차 몇 주 만에 정리되어야만 하고,

조상의 흔적은 사진첩 깊숙이 묻혀버립니다.

하지만 증자는 말합니다.

죽음을 신중히 다루고,

기억을 오래 품을수록,

우리는 더욱 깊은 인간이 된다고요.

왜일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가

죽은 이를 통해 삶의 본질을 다시 배우기 때문일 겁니다.

  • 한 사람의 삶을 되새기며 나의 방향을 점검하고
  • 그가 남긴 말과 행위를 통해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다짐하고
  •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니까요

이것이 바로 “民德歸厚矣”

백성의 덕이 두터워진다는 말의 진정한 뜻 아닐까요?

 

마무리하며

예를 잊지 않는 사회, 따뜻함이 흐르는 사람들

오늘 하루,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 사람의 생애를 조용히 복기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마음을 다해 장례를 치른 기억
  • 명절 때 조심스럽게 올린 차례상
  • 아무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린 "그립다"는 말

이 모든 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愼終追遠"의 삶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이런 마음을 잊지 않고 지켜간다면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하고,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